교육에세이
 노란잠수함
read 16302 vote 0 2009.07.04 (23:29:24)

기다림1.

기다림이란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만나는 아이들을 통해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우선 집에서 매일 만나고  있는 우리 아들 희찬이..

희찬이는 일곱 살 입니다. 12월 16일이 우리 희찬이의 생일 입니다.

희찬이가 엄마에 뱃속에 있을때 10개월을 기다렸습니다.

희찬이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말입니다.

희찬이가 세상에 나오고는 뒤집기를 기다렸고,뒤집기를 시작한 날 가족은 환호했습니다.

그러다 희찬이가 조금씩 배밀이를 하고 그럴 때 얼른 기어다니고 앉아있길 기다렸습니다.

희찬이는 열심히 기어다녔고, 앉는 일도 힘들지 않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희찬이가 걸어다니길 기다렸습니다. 희찬이는 무언가를 잡고 서더니 저벅저벅 걸었습니다.

 

그리고 무어라 중얼중얼거리는 소리가 답답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우리는 또 희찬이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잘 이야기 해 주길 기다렸습니다.

 

우리 희찬이는 가족의 기다림을 실망으로 져버린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기어야 할 때 기어다니고 앉아야 할 때 앉았고, 걸어야 할 때 걷고, 말해야 할 때 말했고, 한글을 읽고 써야 할 때 한글을 읽고 쓰고..

 

지금은 젓가락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해서 젓가락질도 잘하고, 책도 혼자 읽고, 화장실도 혼자가고, 아침에 힘들게 깨우지 않아도 희찬이가 좋아하는 공룡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 희찬이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생일이 늦어서 체구가 작습니다. 그리고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격탓에 동생이 자기 물건만 가져가도, 친구가 허락없이 자기물건을 가져가도, 엄마가 사준 신발을 강요해서 신게 할때도, 이런 일이 있을때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 하지 못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아빠.엄마.할머니.할아버지는 늘 이런 희찬이에게 이야기 합니다. "똑바로 이야기 해라, 울지말고. 그럼 학교가서 왕따 당한다."

 

정말 그럴까요?

오늘 희찬이와 함께 하면서 그런 의문을 갖습니다.

내가 어릴적에도 희찬이처럼 그랬습니다. 감정이 너무 앞서다 보니 눈물부터 와르륵.... 그런데 어른들은 지난 자기의 이야기는 숨깁니다. 엄마 어릴적엔 공부 일등만 했다고, 엄마 어릴적에 너처럼 바보같은 행동 하지 않았다고..

 



기다림2.

얼마전에 창작소에 아주 작은 친구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여자 아이 다섯살. 아주 수줍은 얼굴로 한번 쳐다보곤 입을 꼭 다뭅니다.

선생님이 여러가지 애교, 여러가지 방법으로 말문을 열어 보려고 꼬셔봅니다.

그래도 우리 아가씨는 입을 열지 않습니다.


하루는 열심히 종이로 배를 만들었습니다. 어릴적 우리가 늘 접어서 가지고 놀던 종이배. 그렇게만  만들면 재미없으니 여러종이를 붙여서 아주 큰 종이배를 만들자 했습니다.

열심히 만들어 부용천에 띄우러 땀을 흘리며 걸어갔죠. 그런데 배를 띄우려니 개천을 건너야 했습니다.


"선생님 무서워서 징검다리 못건너 갈 것 같아요" 


수줍음 많은 아가씨가 똑똑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얼른 업어주었습니다. 체구가 작으니 힘들지도 않고 둘이서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건너가 작은 배는 띄우고 힘들게 들고온 커다란 배는 아까운 마음에 그냥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수줍음 많은 아가씨 이제는 제게 생긋생긋 웃어주기도 하고 "선생님 이건 사자에요. 사자는 세모털을 붙여주면 사자가 될 거에요"

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성격이 급한 선생님, 이 친구와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도무지 말을 안하니 어떤 마음으로 창작소에 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다렸습니다.

마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믿었습니다. 나의 노력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누군가가 날 믿고 기다려 준다는 것은 정말로 가슴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희찬이가 일곱살이 될때까지 서두르는 마음도 있었고, 기다리지 못할 거 같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수줍음 많은 재서가 나에게 마음을 열 때까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가 우리가 이렇게 사회생활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저도 이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보려 합니다.

 

우리 희찬이를..우리 희수를..그리고 우리 창작소 아이들을 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광서

2009.07.06 (12:53:38)

좋습니다.

기다리는 그 간질간질한 순간들

그 순간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끈을 보게 해주는 거죠.

나와 기다림을 통해 연결된 어떤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연결을 통해 만나고 변화하고 다시 기다립니다.

그게 재밌어요.

프로필 이미지 엄미숙

2009.07.06 (17:38:48)

창조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노란잠수함 선생님!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 노란잠수함 선생님!

아이들과 소통하는 노란잠수함 선생님!        

            클레브로셔중...^^

 

 

별이맘

2009.07.11 (04:01:07)

고마워요 선생님... 저희 아이를 지켜봐주신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가슴으로 느껴지네요^^

엄마인 저조차 재서를 기다려주며 마음을 읽어주기보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단칼에 묵살해 버리기 일쑤죠.

 

"엄마.... 으응... 근데....."로 대부분 말문을 여는 재서는 '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예요. 새로운 것을 익히는 일이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던, 그게 뭐가 됐든간에 시동이 걸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요.

노란잠수함에서의 시간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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