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세이 교육에 관한 바탕소 교사들의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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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이에게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2009.11.10 03:08:35
  근데말야, 내가  아까 초딩이라고 해서 미안해!

  나도 저 때 저랬을까, 라고 물었을 때, 왜 아무 얘기 안 해 줬니?

  ㅎㅎ 그런데 사실, 나도 그랬단다.

  이상한 가사를 이어붙여서 노래를 하며 깔깔댔지.

 

  01.jpg

 

 요즘, 내가 잔소리가 좀 많았지?

 니가 보기보단 장난도 좀 치고, 나 막 때리고, 하라는 거 거의 싫다고 하고.

뭐 그러기는 했지만, 나도 옛날엔 너처럼 그랬는데 말야.

어린이를 이해해야지 말이야.

반성하고 있어.

 

 02.jpg

 

그렇긴 해도 알고 보면 나도 가엾은 인간이야.

가끔은 부드럽고 친절하게 잘 해 주었으면 좋겠어.

니가 막 뛰어다니고 찰흙을 던지고 반죽만 할 때는

사실 좀, 그랬어.

'쫌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 훨씬 재밌을텐데.'

 

03.jpg

 

그런데, 니가 그나마 하던걸 내팽개치고 광선검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땐,

조금 실망스러워서 한숨이 퐁 나왔단다.

요즘 너희들이 광선검에 빠져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어린이니깐,

하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지.

 

04.jpg

 

나는 그저 니가 하려는 대로 하기로 했어.

니가 나무 도막들을 찾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 지 얘기할 때도,

사실, 니가 조금 하다가 그만두든지,

아님, 대충 파바박 만들고 어디론가 달려나갈지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게 웬일?

 

06.jpg

 

 넌 점점 몰두했고, 나의 이야기에도 집중했어. 물론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그게 어디야.

너는 결국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색깔을 칠하기로 결정했어.

나는 상으로 광선검의 손잡이를 촉감 좋은 천으로 감아주었지.

너는 꽤 감탄하면서 나를 칭찬하는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어.

 

07.jpg

 

너는 결국, 물감을 두 번이나 칠했고, 내친김에 방패까지 만들기로 했지.

여기에는 싣지 않겠지만, 방패의 모양과 장식, 색깔과 용문장.

정말 끝내줬어.

내가 막 칭찬하고 좋아하던 거 너도 봤지?

 

 05.jpg

 

그러고 보니, 나도 광선검 늘 갖고 싶어했었어.

광선검만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얼마나 생각했었는지 몰라.

나는 아쉽게도 광선검을 가질 수는 없었어.

그래서 사실은, 너의 광선검이지만 내 광선검도 된다고 생각했어.

참, 걱정은 마. 내가 갖겠다는 말은 아니야.

나도 만들면서 참 기뻤단 얘길 하고 싶었어.

 

   원준이.JPG                       

 

   너의 광선검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순간!!! 

   니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니 나도 참 기뻤어.

   바로 그 모습에 나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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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박지은

November 10, 2009

  아... 나의 제자 누구 누구 누구 누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 써주셨네요....

 

   '너의 광선검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순간!!! 

    니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니 나도 참 기뻤어.

    바로 그 모습에 나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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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5]이광서

November 10, 2009

내가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이죠?

바탕소 선생님들이 가끔

자신에게 하는 말이죠?

가르치지 않기로 했으니 참 쉽지 않아요.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깜빡해버리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깜빡했다 싶을 때마다

원준이의 저 번쩍이는 광선검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 안에는 원래 저렇게 멋진 광선검이

들어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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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강성일

November 10, 2009

저 광선검 한 번 휙 스치고 지나가면 가슴이 찌릿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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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박지은

December 01, 2009

가르치지 않는 모습으로 너와 만나기 위해

진짜로 너와 함께 기뻐하기 위해

때로 막막하고... 때로 답답하고...

 

그저 '하라는대로 따라해' 하며 길들이면 오히려 편하고

너에게 잘난척을 할 수도 있을텐데...

그것이 벽으로 너를 누르는 권위가 될지라도.

그냥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하고.

 

어느날은 나도 인간이야.. 하는 피곤한 소리가 나오지만

네 마음과 내 마음이 이어지는 기쁨의 순간이 있기에

나를 돌아볼 수 밖에 없고 기다릴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와 포기할 수 없는

가르치지 않는 교사가 되는 길

끊임없이 내 존재와 네 존재가 소통하는 길을 성찰하게 하는...

그래서 쉽지 않아도 가슴 설레이는 길.

 

어떻게 하죠?  이미 그 멋진 길에 들어서 버렸는걸...

아무래도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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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박정렬

December 17, 2009

원준이와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선생님의 이 고백을 다음주 월요일 원준 어머님께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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