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 때 저랬을까, 라고 물었을 때, 왜 아무 얘기 안 해 줬니?
ㅎㅎ 그런데 사실, 나도 그랬단다.
이상한 가사를 이어붙여서 노래를 하며 깔깔댔지.
요즘, 내가 잔소리가 좀 많았지?
니가 보기보단 장난도 좀 치고, 나 막 때리고, 하라는 거 거의 싫다고 하고.
뭐 그러기는 했지만, 나도 옛날엔 너처럼 그랬는데 말야.
어린이를 이해해야지 말이야.
반성하고 있어.
그렇긴 해도 알고 보면 나도 가엾은 인간이야.
가끔은 부드럽고 친절하게 잘 해 주었으면 좋겠어.
니가 막 뛰어다니고 찰흙을 던지고 반죽만 할 때는
사실 좀, 그랬어.
'쫌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 훨씬 재밌을텐데.'
그런데, 니가 그나마 하던걸 내팽개치고 광선검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땐,
조금 실망스러워서 한숨이 퐁 나왔단다.
요즘 너희들이 광선검에 빠져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어린이니깐,
하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지.
나는 그저 니가 하려는 대로 하기로 했어.
니가 나무 도막들을 찾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 지 얘기할 때도,
사실, 니가 조금 하다가 그만두든지,
아님, 대충 파바박 만들고 어디론가 달려나갈지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게 웬일?
넌 점점 몰두했고, 나의 이야기에도 집중했어. 물론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그게 어디야.
너는 결국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색깔을 칠하기로 결정했어.
나는 상으로 광선검의 손잡이를 촉감 좋은 천으로 감아주었지.
너는 꽤 감탄하면서 나를 칭찬하는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어.
너는 결국, 물감을 두 번이나 칠했고, 내친김에 방패까지 만들기로 했지.
여기에는 싣지 않겠지만, 방패의 모양과 장식, 색깔과 용문장.
정말 끝내줬어.
내가 막 칭찬하고 좋아하던 거 너도 봤지?
그러고 보니, 나도 광선검 늘 갖고 싶어했었어.
광선검만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얼마나 생각했었는지 몰라.
나는 아쉽게도 광선검을 가질 수는 없었어.
그래서 사실은, 너의 광선검이지만 내 광선검도 된다고 생각했어.
참, 걱정은 마. 내가 갖겠다는 말은 아니야.
나도 만들면서 참 기뻤단 얘길 하고 싶었어.
너의 광선검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순간!!!
니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니 나도 참 기뻤어.
바로 그 모습에 나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안녕!
가르치지 않는 모습으로 너와 만나기 위해
진짜로 너와 함께 기뻐하기 위해
때로 막막하고... 때로 답답하고...
그저 '하라는대로 따라해' 하며 길들이면 오히려 편하고
너에게 잘난척을 할 수도 있을텐데...
그것이 벽으로 너를 누르는 권위가 될지라도.
그냥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하고.
어느날은 나도 인간이야.. 하는 피곤한 소리가 나오지만
네 마음과 내 마음이 이어지는 기쁨의 순간이 있기에
나를 돌아볼 수 밖에 없고 기다릴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와 포기할 수 없는
가르치지 않는 교사가 되는 길
끊임없이 내 존재와 네 존재가 소통하는 길을 성찰하게 하는...
그래서 쉽지 않아도 가슴 설레이는 길.
어떻게 하죠? 이미 그 멋진 길에 들어서 버렸는걸...
아무래도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걸...
아... 나의 제자 누구 누구 누구 누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 써주셨네요....
'너의 광선검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순간!!!
니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니 나도 참 기뻤어.
바로 그 모습에 나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