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세이
 쓰는이
read 17996 vote 0 2010.05.17 (11:43:48)

방송을 통해 선생님에게 감사편지를 썼던 내용을 이곳에 옮겨보았어요!

 

민석이의 첫 번째 선생님에게.

 

선생님 안녕하세요, 민석이 엄마예요,

이렇게 편지로 인사드리려니까 낯설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네요,

지난번 연말 감사 카드 이후에 편지는 처음이죠?

오늘 우연히 민석이가 미술학원에서 그림들을 정리하다

문득 선생님에게 감사의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4살이 될 때까지 부모의 품에서 자랐던 민석이에게 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분이세요,

저에게 처음으로 학부모라는 이름을 갖게 해주셨고,

민석이게도 첫 번째 선생님이 되셨으니까 말이예요,

그러고 보니까 소아과에 갔다가 처음 본 미술학원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어릴 적, 그림 그리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저에게 학원 입구에 걸려 있던 아이들의 신비로운 그림들은 ‘나에게도 저런 시절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민석이가 4살밖에 되지 않아서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선생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너무나도 착실하게 다니고 있네요,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갖지 못한 성품을 가졌다고나 할까?

너무나도 차분하고 여성적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려

주시는 모습에 엄마로써 그리고 여자로써 부러운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보기엔 정말 별것도 아닌 그림인데도, 그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시고,

우리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을 보면서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구나 느꼈어요,

그리고 미술학원에 다 닌 지 한 달 만에 민석이가 정체모를 외계인 같은 그림을

사람이라고 했을 때 저는 가족 모두에게 자랑하며 마치 아이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을 때 만큼이나 기쁘고 감격스러웠어요,

사실 민석이가 집에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르면 아무것도

그려주지 못하고 그냥 니가 혼자해~ 하며, 무심하게 넘겨버렸었는데,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느낀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웠답니다.

 

사실 올 초에 함께 그림 그리던 친구들이 모두 유치원에 가고 민석이가

혼자 남겨졌을때는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학원을 그만두고 유치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 민석이에게는 미술학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놀이터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미루게 됐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배려로 신비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민석이가 더 즐겁게 그림을

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했구나 싶어요.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 아이들의 미술수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다큐멘터리 속에서 미술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붓질을 가르치고 형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무엇을 그리는지, 무엇을 생각해 내는지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옆에서 잠깐 잠깐 지켜본 선생님도 그 다큐멘터리 속 선생님과 비슷한 점이

참 많으시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먼저 재료를 선택한 기회를 주시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먼저 물어보시고, 아이들이 만들어낸 것에 항상 의미를 부여해 주시니까요,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남겨주시는 한 장의 사진도 항상 감사합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시디로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그날은 책 걸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주에 선생님이 저에게 ‘제 이름 모르시죠?’하고 물으셨잖아요,

그리고 항상 문자에도 클레샘입니다. 이렇게 보내주시는데,

전 선생님이 엄미숙 선생님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미술학원을 방문했을 때 주셨던 잡지 있잖아요, 거기에 선생님의 기사를 읽었거든요.

사실 그 기사를 읽고 아이를 보내야 겠다는 마음을 더욱 굳혔거든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선생님이 정형화된 학교교육이 싫어 학원을 차리셨다는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던

그 마음이 항상 변치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가 봐도 제 친구쯤으로 보이시는 동안 엄미숙 선생님!

곧 집이 이사 가신다고 했잖아요? 학원도 이사 가는 건 아니겠죠?

부디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민석이를 비롯해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참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종종 저에게 육아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배우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육아선배시잖아요. 그럼, 앞으로는 선생님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길 희망하며,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엄미숙

2010.05.17 (17:19:27)

지난번 뜻밖의 영상편지도 받아보고 촬영까지 얼떨결에? 했는데

여기서 어머님의 글을보니 좀 쑥스럽네요^^;

감사드립니다.

민석이의 유난히 빛나는 눈은 늘 호기심과 의욕으로 차있어 보였어요.^^

지금처럼 어머님께서 현시대의 교육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아이에대해 기다려주시고 내가 원하는것이 아니고 아이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봐 주신다면 민석이가 건강한 마음으로 잘 자라갈 거라 생각해요

(놀이터에서 해가 지도록 놀고 엄마와 안양천을 산책하는모습이 생각 나네요)

 

오늘 민석이의 건강한 웃음을 어머님께 선물로 보내드리며

어머님의 마음을 담은 편지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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