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의자에 앉던 서준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시계를 끌어 안고 "시계 봐야지~"한다.
교사도 지난주 아이들과 시계를 만들기로 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우현이가 "나는 시계 구경하는거만 해야지 한다"
교사; 우현아 우리가 지난 주에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새 터전에 갔던 것도 시계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고, 몇 개가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 였잖아.
우현;그래도 구경만 하고 싶고. 만드는 건 하는거 봐서 힘들때만 도와주고... 할지, 말지 할래
종이에 할지,말지를 써 놓고 연필로 번갈아 가며 찍어서 말 끝에 걸리는 글자로 자기 뜻을 결정해 보려고 한다.
다른 아이들도 우현이의 행동에 관심을 뺏기고 있다.
교사;니가 갈등이 많이 될 수도 있겠다.구경은 하고 싶은데 만들기는 싫고. 그런데 나는 이미 3주전에 미리 계획을 말해 달라고 해서 시계 만들기에 대해 말했었고, 우리는 내내 시계를 만들거란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곤란해.
시계를 가지고 와서 구경하기로 한 것도 만들기를 하는 과정 중에 하나인데 구경만 하고 싶다는 건 안되겠어. 다른 자유 활동은 해도 좋아.
지금 이 시간은 모두의 시간이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기다리고 있고, 니가 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밖에서 결정하고 말해 줘.
우현이는 옆에서 결정 하겠다고 한다. 우현이에 대해 잠시 반응을 주지 않기로 했다.
교사;얘들아, 이제 시계 구경하자
아이들은 신이나서 시계 앞으로 모여든다.아이들이 모여들자 우현이가 "나도 할래"라며 들어온다.
긴 시계추를 기타라며 기타 연주 흉내를 내기도 하고 관이라며 들어가 눕기도 한다.
시계 판을 떼보려고 하는데 작은 나사 못으로 고정 되어 있다.
아이들이 들고 온 드라이버는 작은 못을 풀기에 너무 크다.
아이들은 온갖 궁리를 한다.
전동 드라이버, 작은 나사 못,교사가 제시한 문구 칼날까지 한참 나사 못 풀기에 실갱이를 하다가 서연이가 시계판 윗 부분을 톱질로 잘라내자고 한다.
교사도 동의하자 톱들이 동원되어 톱질이 시작된다.
커브 부분에서 톱질이 되지 않자 서연이가 아예 비틀비틀 해서 빼면 빠질 것 같다고 한다.
과연 큰 시계 틀에 끼워져 있던 작은 나무판이 빠졌다.
아이들은 그 속에 들어 있고,붙어 있던 작은 부속 하나 하나를 모조리 뜯고 잘라냈다.
어떤 칩이 붙어 있던 초록색 금속 판이 서준이에게는 금새 축구장이 된다.
손에 들고는 '썬더일레븐' 속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닮이는 아주 가느다란 금속(구리선) 선이 감긴 것을 풀며 좋아하고 성록이도 추가 달렸던 금속 줄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이만큼 해체 하는데 공구통에 있는 여러가지의 공구들을 들고 풀고,두드리고,자르는 행위들이 들어갔다.
적당한 도구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일단 갖다 대 보고 적용해 본다.
우현; 나 이걸로 만들기, 자유 활동 할래
교사; 우리 시계 만들기로 했는데 그럼 우리 시계는 언제 만들건데?
우현; 오후에 하고 싶어
다른 아이들도 시계속에서 나온 신기한 부품들에 손을 대고 싶어 근질거리나 보다.
교사가 세가지 조건을 제안하자 아이들도 좋다고 한다.
다 같이 협동해서 만들기,재료를 다 같이 쓰기,재료가 다 쓰여지도록 작품을 만들기라고 하자 우현이가 따로 만들어도 연관되게 만들어도 되냐고 물어서 허용하고 45분정도의 시간을 주었다.
교사가 슬쩍 빠지자 처음에는 분주하게 시작하던 아이들,그러나 서준이와 성록이가 그리 열심히 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다른 아이들이 불만을 얘기하지 않길래 교사도 모르는 척 두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재료들을 계속해서 꼼지락 거리며 감각을 느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어 아이들의 작품을 보았다.
삼형제와 두자매가 어느새 패가 나뉘어 만들었다고 하고 재료도 다 쓰라는 의미를 잘 못 이해했다고 한다.
<서연,하닮의 작품>
제목-기계 낚시대
*가운데 앉혀진 사람을 기준으로 앞부분-스티로폼으로 만든 물고기가 (시계추가 달렸던 금속 줄의 끝부분을 낚시 바늘이라고 한다)낚시줄을 건드리면 낚시줄에 떨림이 있어 (고리로 표현,종을 찾았으나 소재가 없다고 함) 고리 두개가 부딪혀 소리가 나고 스피커를 통해 기다리던 사람에게 신호가 간다는 것이다.그러면 사람이 물고기가 잡힌 걸 알아차릴 수 있단다.
*사람의 뒷부분- 긴 금속 줄이 역시 있고 자석을 붙여 놓았다.물고기의 미끼란다. 잠시 후 파랑 색종이에 물결 그림을 그려 바탕을 삼는다.
<우현,서준,성록의 작품>
제목-선 컴퓨터 마우스
우현이가 상자 안쪽에 그려진 모니터 형태의 그림을 그려 세우고, 서준이가 마우스 줄과 컴퓨터 주변의 선을 배치하고, 성록이가 건전지 함을 가져다가 그 속에 건전지를 스티로폼을 작게 넣어 표현 했다고 한다.
서준이에게 왜 손수하지 않았는지 묻자 어려웠단다. 공동 작업으로 했기 때문에 도움 받은것을 교사가 수용했다.
성록이에게(스티로폼이 원래 자리에 비해 작다) 보통의 건전지와 크기와 재질의 차이를 얘기하고 반론하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서 라고 한다. 지금 생각이지만 다음에는 좀 더 아이와 재료를 찾아 보아야 겠다.
우현에게 키보드의 단순함에 대해 물으니, 시간이 없어서 그냥 했단다.
두 팀 모두에게 자기의 이름을 새기도록(싸인)하고 언젠가 말해 준 적이 있지만 다시 한번 자기 작품에 이름을 새기는 의미를 상기 시켰더니 삼형제는 날림 글씨로 각자의 싸인을 한다.
2시에 다시 모여 시계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데 우현이가 얼굴이 매우 어둡다.
(나중에 안 사실,점심 시간 바다가 아이들과 마술같은 것을 한가지 했는데 바다가 그 과정을 제일 늦게 가르쳐줘서 우현이가 화가 났다는 것이다)
교사가 우현이의 기분에 대해 잠시 궁금을 표하다가 잠시 덮어 두기로 하고 다른 아이들과 시작했다.
오전에 시계를 해체해서 아이들과 시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에 대해 정리했었다.
아이들이 생각해 낸 것은 시계 판, 나사,공구, 나무판(테두리) 건전지, 건전지통이다.
교사; 얘들아 ,시계에는 꼭 판이 필요하다구? 근데 우리 집에는 판이 없는 시계가 있는데
서준, 서연; (잠시 생각하더니) 아~ 맞다. 없어도 된다.
서연이는 거실 가운데 포인트 벽에 무브먼트와 시계바늘만 있는 시계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성록,하닮도 판이 없어도 되겠다고 한다.
성록; 그럼 숫자도 없는데 시간을 어떻게 알아? 몇 분까지~?
서준; 나도 처음엔 그 시계 못 봤는데 자꾸 보니까 알아. 몇 분은 약간 차이 날 수도 있지.
아이들은 숫자가 없어도 되지만 스티커로 숫자를 써서 붙이겠다고 한다.
교사;그럼 바늘은 꼭 있어야 하니?
아이들;어 ~
서준;아! 바늘 없어도 돼, 몇 시 몇 분을(핸드폰 알람처럼) 말로 가르쳐 주면 되지. 아님 빛으로~ 3시가 되면 3시에,4시 되면 4시에 불빛이 들어오면 되는거.
교사;오~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계속 말로 하면 시끄럽고 불편할 것 같은데.
성록; 종을 쳐줘. 3시 30분이면, 땡땡땡~땡, 이렇게~
교사; 소리로만 시간을 구별할 수 있을까?
서준;시계가 움직여, 조금씩 기울어지는 거야.시계가
교사;그래, 그럴 수 있는 방법만 알아내면 그렇게 만들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얘들아 너희들이 꼭 있었으면 하는게 바늘, 건전지하고 통이네?
그래, 바늘하고 건전지 통이 있으면 어떤 재료에도 시계를 만들수 있어
아이들; 어? 쉽네
아이들은 시계판 없이 바늘만 있는, 숫자는 써서 붙이는 방법으로 결론 짓고,교사가 후라이팬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한 것을 다시 묻는다.
폐 후라이팬이 있고, 후라이팬에는 손잡이도 있어서 걸이를 삼을 수도 있고 ,재활용 할 수있어서 선택했다고 하니 아이들도 변덕스레 바꾼다.
서준이가집에서 후라이팬을 두개 봤다고 하자 아이들이 달라고 한다.'
후라이팬을 사용할 경우 과정을 저번에 만든 칠판의 과정과 비교해서 설명하자 자신감을 보이며 좋다고 한다.
하나는 집에 있고, 하나는 차에 있는 상황이다.
차에 있는 걸 보여주니 맘에 안 든다고 한다.
일단 다음주에 다시 후라이팬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다가 온 이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교사가 이사 준비로 꼭 하고 싶은게 있다고 했다.
교사;난 저 딸기 밭 그림, 꼭 이사 갈때 가지고 가고 싶어.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서연;(심드렁하게)저기 나무 문 같은 데 붙여 가든지.
우현;(드디어 입을 뗐다) 왜 우리가 그걸 같이 해야 되는데?
교사; 아니 , 시계가 다음주에 하게 됐고 어차피 이사 준비는 해야 하는데 저 그림도 가져가고 싶어서.
니네 생각 중에 좋은 생각이 있을까 묻는것 뿐이야?
우현; 난 가져가기 싫어~ 가져 갈려면 혼자 가져가든지~`
교사;그래, 난 혼자라도 가져갈 생각이긴 해
성록과 하닮은 상관없다고 한다.
교사가 서연이가 말한 것에서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며 마굿간 문으로 가서 경첩을 풀자 아이들,호기심 발동이다.
서로 풀어주겠다고 하고 풀어진 경첩을 챙기느라 바쁘다.
급기야 무게잡던 우현이도 옆의 문을 떼느라 바쁘다.
드라이버가 하나라 답답하던 성록이, 전동 드라이버의 선이 짧아 닿지 않자 전동을 수동 방식으로 직접 돌려본다.
용케도 나사가 풀리자 기뻐하고, 얼마 후 연필을 니퍼로 잡고 글씨를 쓰는 모습을 연출한다.
성록이의 도구 다루는 모습에 새삼 놀랍다.
교사는 벽지를 칼로 오리기 시작하자 서연이도 해 보겠다고 한다.
이윽고 하닮이까지 가세, 테두리를 오렸다.
그런데 막상 벽지의 그림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부분 떨어지다 찢어진다.
하는 수 없이 찢기는 대로 뜯어냈다. 그리고 우드락 작은 판을 가져다 콜라쥬를 했다.
(엄마가)뭔 일을 벌이는지 감을 못 잡고 약간 걱정스럽던 서연이,그제야 관심을 보이고 하닮이도 함께 한다.
문짝을 다 떼낸 삼형제, 자유롭게 놀고 있다.
교사도 궂이 간섭하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이 큰 공사를 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콜라쥬도 완성되고 두 아이도 썩 괜찮은가 보다.
교사는 액자 삼아 이사가서 걸어서는 두고두고 딸기밭의 느낌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어제 공부하면서 배운대로, 교사로서 얼마나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순간 순간 아이들에게 적절한 수용과 제한을 했는지, 아이들의 결을 깎거나 거스르진 않았는지 ,하나 하나의 독창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고 발전할 수 있게 했는지 모르겠다.
또 나의 그런 노력과 의지를 아이들은 얼마나 느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랑하는 맘은 알아주겠지...ㅋ
* 미술 전공자도 아닌, 전문 교사도 아닌,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가 몇몇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모여 시작한 품앗이형 대안 학교를 하던 중 만난 바탕소는 커다란 힘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숱한 정보들속에서 기준을 세우고 미술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갖도록 해 주었습니다.
3월달 개교를 앞두고 미술 활동을 맡게 되면서 영역의 이름을 '미술로 말하기'라 지었습니다.
그것은 말이나 글,몸짓,소리, 음악처럼 나를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로 미술을 생각했던 저의 판단입니다.
때로는 떨리는 마음으로 발이 무겁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좋은 뜻을 가지고 길을 찾으면 길은 열리고, 그 뜻을 인정 해 주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그 친구는 너와 함께 소통하며 힘과 용기를 나누어 줄거라고...
너는 더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고,확장되는 성장의 기쁨과 막힌 길이 열리는 터질 듯한 환희를 맛 볼거라고...
그리고 그 기쁨을 너의 뜻을 구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세상의 한 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는...
좋은 미술 철학을 나누어 주신 바탕소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제가 컴퓨터 작업이 능숙치 못한 이유인지, 사진이 다 열리지 않네요 --;
몇 장의 사진을 파일 첨부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