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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모였을 때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 책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작업하는 그 시간동안 우리 모두를 위해 바탕소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양보되고 희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작업을 완결지어야 하는 일종의 소명같은 마음이 제겐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부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애써 공부하고 일하고 자식을 낳는 이유의 저 밑바닥에는 바로 이 '자부심' 하나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남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싫다는 마음에서부터 그들의 한가운데 서겠다는 마음이 두루 있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타인과 소통할 언어를 준비한다는 뜻이 담겼죠. 


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 책을 작업하면서 우리가 하는 이 일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부심의 나무를 심어놓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자부심이라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좇으려다 곧 사라지고 맙니다. 자부심 약간 올려놓는 일은 눈에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더 커다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믿음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더라도 이 일을 완결지을 수밖에 없었죠. 


이제 우리 일이 단지 애들 뒤치닥거리하는 아웃사이드의 일이 아니라,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스스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며, 다른 누구에게도 우리의 일에 대해 적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발판을 놓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과 우리 자신을 대변해줄 수 있는 좋은 도구 하나 가지게 된 셈이죠. 


우리는 자신을 열어놓는 일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무하고도 접촉하지 않고 내 영역만을 지키면서 무탈하게 살기를 바라기 쉽죠. 그렇게 살아간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도 모른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 답답해 하기만 할 겁니다. 어떤 개인이든 시스템이든 관계든 성장하지 않으면 곧 죽어갑니다. 성장하는 것, 바로 그것이 생명이 본래 모습이니까요.


우리는 대중에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책을 내놓으면서 한층 더 자란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열어젖히고, 아픔을 느끼면서, 그만큼 자라게 됩니다. 우리의 "가르치지 않는 책"은 그런 움직임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 움직임을 부추겼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우리 책을 권해준 한 독자-미술 전공자가 아닌 네 살 아이를 둔 평범한 학부모는 이 책을 읽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후기는 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무척 힘이 되는 말입니다. 주위의 전공자나 비전공자, 혹은 학부모나 젊은이들에게 우리 책을 권해보세요. 아마 적어도 다른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 어린이와 예술을 보는 눈이 한층 성장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도 훨씬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겠죠.


이런 뜻에서 저는 창작소 선생님들께 한가지 요청을 드리려고 합니다. 바탕소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고 있는 한 명의 교사로서, 학원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혹은 직접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로서, 이 책을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요? 바탕소를 알기 전에 이 책을 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그 느낌 한 조각 끌어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고 그 느낌을 정리해보는 일 자체가 선생님들의 일-교육, 운영 등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두 사람의 웅성거림은 지나가던 사람을 그냥 지나가게 하지만, 세 사람 네 사람 모여서 웅성거리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우리끼리 신나게 웅성거려야 더 큰 힘이 모입니다. 우리의 표현은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것이고 우리의 자부심도 그만큼 자라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곧 "가르치지 않는 책"의 2쇄를 찍을 예정입니다. 큰 성공은 아니지만, 아무 이름도 경험도 없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 치고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도 이 땅에 더 나은 교육을 추구하는 좋은 교사들이 있고, 새로운 교육을 갈망하는 부모들이 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맘껏 숨쉬길 바라는 억눌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우리의 비전이 그들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표현들(후기와 서평)이 모이기를 요청합니다. 


   
고래 잡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