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충족된 느낌을 거듭 갖게 해야 한다. 뿌듯한 느낌, 흡족한 느낌,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막힌 것이 뚫리거나 얽힌 것이 풀리거나 맺힌 것이 해체되었을 때 생기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느낌을 풍부하게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족된 느낌은 외부에서 무조건 제공해줄 수도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저 혼자 밑도 끝도 없이 홀연히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두 손바닥이 마주쳐 소리가 나듯 통하는 것이다. 내게서 시작한 동기가 다른 사람에게 가닿게 되었을 때 경험이 완성된다. 경험이 완성되었을 때 만족이 찾아온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들을 뿌듯한 느낌으로 채워갈 수 있게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과 일을 주어야 한다. 온갖 비싸고 좋은배움으로 다 채워버린 시간, 스스로 완수할 수 없는 일들, 하루가 채워지지 않은 채 다음 날 할 일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래서는 진정뿌듯한 느낌을 어떻게 가져보겠는가.
지금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게 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었다. 유용한 것 중독이다. 그렇게 된 배경을 잘 보면 자신감이 없기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없어서 눈치보고 따라하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의미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다수가좋다고 하는 것을 추종한다. 그것을 아이에게도 그대로 물려준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찾고 표현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도, 어떤 배워야 하는 것이라도 아무때나 억지로 주려고 하면, 나중이라도 그것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기회마저 빼앗게 되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기 전에는 여유를 내어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은 경험을 완전하게 해주는 멋진 수단이다. 창의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답답하고 막힌 느낌을 넘어서 아슬아슬하고 가슴뛰는순간을 지나 온전하고 뿌듯한 느낌, 시원하게 비워진 마음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떠먹이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감각으로 접촉하고, 스스로 이해에 도달하도록 허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게 하는 편이 낫다.
창작이 좋다면 많은 엄마들은 당장 '창작'이라는 모토를 내건 학원을 찾을 것이다. 오해하지 말 것은 창작의 과정은 대부분 유용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다. 다양한 물질과 접촉하고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맞서보면서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시간이 받쳐주지 않으면 창의가 나오지 않는다. 진기한 것이 솟아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좋고 유용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만 밥상을 차려 아이에게 떠먹이려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 그보다는 아이의 마음으로 가만히 들어가 뿌듯한 느낌들이 찾아오는 순간을 관찰하고 함께 기뻐해주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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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질과 접촉하고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맞서보면서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른의 눈으로 당장의 유용성, 효율성에 눈이 멀어 진실로 아이에게 유용한 것, 소중한 것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흙을 풀어 놓았다.
물과 반죽하여, 그림도 그리고 형도 만들었다.
어찌보면 그냥 흙장난.
손에 닿는 그 감촉,
감각이 발달한 아이일수록 그 감촉, 그 물성에 흠뻑 젖는다.
당당히 그것과 놀고 매력에 빠져든다. 저절로 무언가를 이미 만들고 있다.
접촉하고 다룰 줄 아는 것이다.
소극적인 친구일수록 금새 실증내고 회피하려 한다.
손을 더럽히고 옷을 더럽히는 게 우선은 싫다.
한쪽에서 흙에 열중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난 이러는 게 더 좋아~'
'그래, 그러고 싶으면 한번 그래보렴.'
나비처럼 훨훨 교실을 날아다니는 유경이가 있고~
흙에 정신을 온통 빼앗긴 태준이가 있고~
둘 사이를 즐겁게 오가는 시연이가 있고~
흙이 더럽다고 손씻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와 조금씩 만져보며 차츰 몰입해 가는 경표가 있는...
이렇게 네 아이와 벌이는 퍼포먼스의 풍경~~~
마치.... 하나의 공연을 비추듯 교실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경표는 무언가에 오래 집중하기가 힘들었었다.
그런 경표가 여느 때처럼 짧은 집중력을 보이다가...
독수리를 만든다며 무려 1시간 가까이를 흙과 씨름한다.
수없이 만들어졌다, 그려졌다 사라져 가는 형상들....
이 네명의 아이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시간을....
시선을 의식하여,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중단시키고 비슷한 결과물로 몰고가는 짓을 할 수가 없던 수업시간이 있다.
모두 즐겁다고 한다....
우린 실컷 놀았다. 그 놀이는 정말로 퍼포먼스, 하나의 예술이었다.
그래서 뿌듯했다.
경표의 그 과정을 듣고 이해해주시는 어머니를 향해. 경표는 자랑스런 미소를 지었다.
동영상을 찍지 못했다...
넓은 창으로 우릴 바라보는 하늘에 우리가 담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