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세이
아이들이 처한 문제는 아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문제는 대개 일차적으로 부모, 다음에 교사로부터 기인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빠진 문제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대한 관점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은 작업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우선해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아이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부모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대개의 부모는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키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문제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먼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이란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개입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아무런 조치가 없이 방치하거나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방식 모두 교육적이지 않다. 교사는 아이가 처한 상황을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계기로 보고 개입의 시점과 정도를 통찰해야 한다.


무기력한 경우
모든 것에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교사는 아이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진정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아이는 없다. 단지 자신이 무언가를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는 제약당하는 아이의 소박한 전략이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무엇을 하든 과도하게 책임을 요구하고 제재하는 습관이 있는 어른이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를 듣느니 아무것도 안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스스로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는 무기력증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 생각이 깊이 배인 아이라도 충분히 믿고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조금씩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움츠러드는 아이를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면 오히려 더 들어간다. 자신의 발로 직접 걸어나오게 하는 편이 좋다.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된 아이에게는 오히려 이런저런 제안들이 더욱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성급해서는 도리어 그르친다. 경계심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려주어야겠다. 

신나는 놀이판과 같은 부담없는 수업을 하면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아이에게 무심하게 손을 내밀어보자. 분명히 때가 되면 말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 놀이판에 앉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교사는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방해하는 경우
고의로 방해하는 아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극단적으로 택하고 있다. 이 아이는 주위의 무관심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왜곡된 방식으로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사의 개입을 ‘야단치기’ 정도로 한정지어서는 곤란하다. 아이와 싸움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혼내서 소통불가 상태를 만들어버리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가 방해하는 행동이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욕구가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전략을 간파하고, 적절한 시점에 그 마음을 표면으로 드러내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소동을 부리는 경우는 흩트러진 아이들의 마음을 지금 여기로 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해야겠다. 교사의 성향에 따라 그 방식이 부드러울 수도 있고 힘찰 수도 있지만, 어떤 방식이라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 

교사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교실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구성원 모두 불쾌한 상태가 될 것이다. 교사는 과감하고 재치있고 현명한 방식으로 주도권을 유지해야 자유롭고 건강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기 위해 교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전체의 정신을 일순간 모으는 큰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방해하거나 소란스러운 아이를 무리에서 떼어낼 수도 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교사의 어조 눈빛 몸짓 등을 통해 진지한 의사는 충분히 전달된다. 물론 말만으로 안된다면 무척 간단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여 지키지 않을 경우 난감해 할 수 있는 벌칙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의존하는 경우
교사의 도움으로 제법 멋진 작업을 하게 된 경우, 아이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기대치를 그 작품에 맞출 수 있다. 그런데 결코 스스로는 그정도 수준의 작품을 만들 수 없다면 아이는 의욕을 잃고 의존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때문에 아이의 의식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스스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수준의 작품을 교사가 개입해서 제작해주지 말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교사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좋지 않은 버릇이 생기지 않는다. 의존하는 습관은 급속도로 커지기 때문이다. 교사의 애매한 태도가 아이를 더욱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주체적인 아이에게는 적절히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고, 교사와 협동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은 더욱 좋지만, 의존하는 아이에게는 그 어떤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의존성향이 생긴 아이의 경우, 그 아이가 향수를 가지고 있는 작업과는 전혀 다른 작업으로 유도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경험을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한 것에 주목하고 격려해주면서 자신감을 키우는데 촛점을 맞춘다. 

이런 아이에게는 되도록 완성도를 요구하기 보다는 개인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더 후한 평가를 해줘야겠다. 가볍고 발랄하지만 개성이 드러나는 작가들의 작업들을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있으면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힘을 북돋워주면 좋을 것이다.


고집을 부리는 경우
아이가 교사의 제안이나 조언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주체성을 키워준다고 아이를 무조건 방치해서 생기기도 한다. 또한 교사나 부모 등 주변 어른들의 비평이나 비난, 그리고 부정적 태도에 대한 반발로 형성되기도 한다.

아이와 정서적 유대를 충분히 쌓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합리적인 대화도 불가능할 수 있다. 아이가 갇힌 고집스런 상황을 깨어주려면 먼저 아이를 신뢰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관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아이가 너무 헤매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분명하고 짧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은 아이가 갇혀 있는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안을 제시하여 부드럽게 유도해주는 것이다.

단지 말로만 대안을 제시하면 거절당할 것이 뻔하다. 말로 아이의 고집의 틀을 깨려고 하기보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재료나 도구를 갖추어서 아이의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다. 또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새로운 자극을 주어 닫혀있는 호기심을 발동시킬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집 부리는 아이의 맥락을 고찰하여 가장 적절한 대안을 창조적으로 고민하는 노력이다. 성급하지 않게 조금씩 경험의 문을 두드린다면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수업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으면 전체의 분위기가 흩트러지게 되고, 그러면 교사의 입장은 난감해진다.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의 끼를 주체 못하는 아이를 혼내고 벌주고 부끄럽게 만들어서 교실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만들면 어떨까? 한 교실의 창의적 역량은 내부의 다양성을 얼마나 수용하고 표현해내느냐에 달려있다. 에너지는 다양성의 낙차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끼가 넘치는 아이들은 수용하기는 힘들지만 순간적인 몰입으로 전체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성향이 무척 다른 아이들끼리 접촉하는 것만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경험하도록 한다. 교사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아이들은 이 문제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넘어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 데서 비난하거나 남탓을 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교사의 분명한 관점과 포용력, 그리고 적절히 균형을 잡아가는 유연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교사의 노력만으로 아이들은 작은 차이에도 쉽게 비난하고 다투는 짓을 멈추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를 넘어 공존으로  
교사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작업하는 작업실의 모습을 이상적 풍경으로 간직해야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공존共存’의 이미지이다. 각자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면서 함께 해야 하는 작업에서는 배려할 수 있어야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실 풍경에 대한 이러한 이상을 간직하지 않으면 교사의 개입이 잦아지고, 아이들끼리 서로 존중하지 않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시간이 들더라도 교사는 아이들이 주체성을 기르고 타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개별 작업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나머지 아이들이 빠져 있는 문제와 작업실 전체의 분위기에 대해 소홀히 넘어가다 보면 점차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작업의 결과보다 실제로 아이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작업하고 열정을 발휘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적 이상과 목표가 없으면 교사는 쉽게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고 아이들의 성장에 개입하고 합리화시킨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 교사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바쁘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작업실은 창작의 열기에 취해 저절로 움직인다. 아이들이 가진 개인적인 문제마저도 창작의 소중한 자원이 되어 전체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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